아이돌 산업에 대한 나의 고찰
아이돌 산업에 대한 생각들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나는 아이돌 산업을 보고 자라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동방신기와 빅뱅, 투애니원을 접했는데, 그들은 나의 우상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들이 하는 것들을 따라 했고, 그들이 하는 것들을 부러워했고, 그들이 하는 것을 따라 했다. 그만큼 아이돌 산업은 어린아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지금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있고 우울증으로 인해 하늘로 먼저 떠나버리기도 했다. 그래서 굉장히 혼란스럽고 머리가 아팠던 날들이 많았다. 나에게 그들은 거의 전부였고 우상의 대상이었으니까. 말 그대로 아이돌은 정말 [우상]인 것 같다. 동경하고 보고 자라고 따라 하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그렇기에 청소년기에 아이돌 산업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 아이돌이 어떤 것을 하냐에 따라 청소년 한 명의 가치관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아이돌을 만드는 기획사나 책임자들은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제작에 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획사는 아이들에게 끼칠 영향보다는 이 그룹의 상업성을 더 중요시 생각하게 된다. 그걸 욕할 수도 없는 노릇이겠지만(기획사는 사업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인해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받는 피해는 지대하다. 아이들의 [우상]을 이용하며 혹시 좋지 않은 생각들을 주입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이돌 발언 하나에 움직이는 게 청소년 팬들의 마음이다.
나도 솔직히 예전에는 힙합 아이돌들을 보면서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빅뱅과 투애니원, 방탄소년단 등 그 당시 주름 잡던 케이 팝 가수들 말이다. 그들 덕분에 아마 힙합을 좋아하게 됐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춤도 추고 작곡에도 관심이 생겼었다. 하지만 투애니원은 현재 활동을 소속사 때문에 못하다가 해체를 통보받고 개인 활동을 하고 있는 상태고, 빅뱅은 뭐 말할 것도 없이 정말 논란의 논란이었다. 지금 케이팝에서 가장 잘 되고 있는 그룹은 방탄 정도이지만, 사실 아이돌이라는 것이 수명이 짧은 만큼 이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노릇이다. 이렇게 불안하고 어려운 삶들이 아이들의 우상이 돼버리면 과연 어떻게 될까? 사실 나는 케이팝을 좋아하면서 많은 문제점들을 느껴왔다. 내가 동경하던 케이팝 가수들의 자살 소식은 정말이지, 한동안 충격과 우울에 휩싸이게 할 만큼 나에게는 큰 사건이었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다가, 나만의 이유를 적어보았다.
우선 그들은 굉장히 어린 나이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다. 헝거게임과도 같은, 내가 저들을 짓밟지 않으면 저들이 날 짓밟는, 끝없는 경쟁 속에 스스로를 밀어 넣는다. 정말 일찍 시작하면 초등학생, 늦게 해도 고등학생, 즉 미성년자들에게 그 가혹한 세상이 너무 당연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끝없는 평가와 비교로 인해서 자신감이나 자존감은 사라지게 되고 그저 데뷔라는 것 하나만 보고 버티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시야가 굉장히 좁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데뷔하지 못하면 내 인생은 모든 게 끝난 다라던지, 데뷔만이 내 살길이라는 그런 인생을 바라보는 시야? 자신의 삶이 그게 전부는 아닐 텐데 어릴 때부터 그것만 보고 자라서 그게 전부인 줄 아는 것이다. 그리고 끝없는 체중관리와 얼굴 평가 속에서 그들은 제대로 된 밥도 먹지 못하면서 집에 가지 못한 채 연습을 한다. (합숙을 할 때의 이야기다.) 합숙을 하게 되면 부모님 얼굴도 보기 어렵고, 마음이 맞지 않는 친구가 있더라도 참고 살아야 한다. 그 친구와 멤버가 되어 7년 이상 함께 지내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사회 속에 던져지고, 그들은 그 어떤 곳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 남게 되면, 다시 또 커다란 경쟁이라는 굴레 안에 들어오게 된다. 데뷔를 하고 나서가 더 힘들다는 이유가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사실 대형 기획사에서 데뷔한다고 해도 성공이 불확실한 것 같다. 대형에서 나와도 크게 성공하지 않는 경우도 꽤 많아서 그 누구도 짐작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불안함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어렸을 때부터 훈련을 해와서 자기가 누구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틈도 크게 없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만들어준 이미지대로 자신을 보여야지만 사랑받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아무래도 카메라 앞에서는 회사가 원하는 이미지대로 행동해야만 할 테니까. 예를 들어 자신이 애교가 없는 성격이라고 해도 회사에서 귀여운 이미지로 잡고 간다면 애교는 필수가 되는 것이다. 그것처럼 그들은 내가 아닌 누군가를 연기하며 살아간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물론, 그 직업과 나 자신의 자아를 잘 분리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우울함에 젖기 쉬울 것이다. 사람은 자기 자신이 부정받거나, 자기 자신에 대해 모를 때, 무력감을 느끼고 우울하게 되니까. 데뷔 후에도 끝없는 스케줄과 회사에서 정한 대로 끌려다니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요즘 아이돌은 세상 다 잘해야 하는 이미지가 있어서 끝없는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이돌은 상품이다. 아이돌은 회사에서 기획한 상품이라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람처럼 대하는 것보다 상품처럼 바라보는 면이 있다. 나도 사실 자체제작 아이돌을 많이 보고 자라서인지 그 사실을 간과하는 시간들이 꽤 길었다. 하지만 아이돌은 수익을 내야 하는 상품이고 쓰이지 않는다면 처참하게 버려진다. 그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아이돌 문화는 미국과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사실 그 두 문화 자체가 문제가 없는 문화가 아니어서 더 여러 문제들이 생기는 것 같다. 뭐 오디션 프로그램만 봐도 부정행위와 피디 픽이 판치는데, 그곳에 나온 연습생들은 얼마나 억울하고 맥이 빠지겠는가. 자신의 하나뿐인 꿈을 그렇게 마음대로 갖고 놀고 하는데. 나였어도 굉장히 화가나고 억울했을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아이돌을 하다가 유튜버로 전향하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 같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아, 어떻게 보면 내가 아이돌이 되지 못한 것이 굉장히 다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 땐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그게 마냥 멋져보이고 그랬는데, 이제는 많은 것을 알아버려서 굉장히 회의적인 시선이다. 나도 내가 음악을 하고 싶고 음악이랑 춤이 너무 좋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게 내 인생은 아니고 내 인생은 그것보다 더 다양한 가능성으로 넘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찾아가는 게 20대로서의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이고, 어떤 것을 하면서 경제활동을 할지, 내 꿈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생각만 해서는 안되고 여러 행동들을 거친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그게 내가 할 일이다. 시행착오를 겪고 성장하는 일 말이다.
아이돌 산업에 대한 나의 생각이 바뀐 것처럼, 사람은 살아가면서 생각이 변하고 그건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다. 살아가는 날이 많아지는만큼, 나의 데이터 베이스가 늘어나는 거고 그럼 당연히 결론 내리는 것도 달라진다. 내가 만드는 요리의 재료들이 더 다양해졌으니, 여러 요리도 가능하고 더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것이다. 나도 예전보다는 확실히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넓어진 것 같다. 애초에 세상에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정답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그 정답이 있는 것마냥 군다. 나는 그 점이 매우 싫은 것인데, 그만큼 또 내가 만들어갈 새로운 정답들이 기대가 된다. 나는 분명 멋진 정답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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