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스포트라이트와 나의 비하인드를 비교하지 말자. 일기, 200530
오늘은 아침 9시쯤에 일어났다가 가족들과 함께 아침을 먹고 간단히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엄마가 제시한 베란다 홈카페를 준비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가구를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엄마가 코스트코를 가자고 해서 나는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함께 출발했다. 코스트코에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 식량들을 한꺼번에 사서 가려는 것 같았다. 뭐, 그게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나는 그냥 가구 그거 하나, 우리가 사기로 한 것만 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고 그렇게 말했지만 역시나 엄마는 여기저기 장을 보기 시작했다. 나는 사람 많은 곳에 모이는 걸 별로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코로나 때문에도 있고 쇼핑 따라다는 걸 싫어한다.) 그렇게 돌아다니는 게 싫었다. 그러던 중, 마침 사촌 동생에게 카톡이 왔다. 요즘 사촌동생과 연락을 많이 하는데, 아마 나이 차이가 1살 밖에 차이 안나는 사촌 동생이 그 친구밖에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이런저런 연락을 하다가, 여차저차 쇼핑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 그래도 좋았던 것은 내가 좋아하는 커피 원두를 살 수 있었고, 냉동딸기를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싶다. 생각해보면 나는 참 감사한 것이 많은 사람이다. 남들과 비교하면 정말 끝없이 불행해진다. 남들과의 비교는 끝이 없고 그 비교는 결국 자신의 행운은 보지 못하고 불행만 확대해서 보게 되기 때문이다. 요즘 솔직히, 코로나로 집에만 있으면서 생각이 많아졌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잘 된 사람들을 보며 약간 난 뭐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보다 어린 사람이 뭔가를 이뤄내면, 뭔가 나는 뭐한 거지 싶고. 그런 감정이 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런 감정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굉장히 안 좋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나에게도, 남에게도. 나도 나에게 질투를 느끼는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아보았기에,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안다. 그렇기에 나는 이런 감정을 잘 케어해야만 한다.
"남의 스포트라이트와 나의 비하인드를 비교하지 마라."
이 말을 꼭 기억하자. 나는 나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나만의 방식대로 살면 나와 같이 가는 사람들이 적어 내 곁에 많은 사람들은 없더라도, 나는 내 길대로 자취를 남기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 자체로 고귀하고 소중한 일이다. 늘, 기억하자. 이 세상에 있는 사람들을 내가 한 명도 빠짐없이 다 좋아하거나, 한 명도 빠짐없이 다 싫어할 수도 없는 것처럼, 세상에 완전이나 완벽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의 부족한 점들을 채워주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배울 점들은 있다. 그것을 잘 보고 배우는 사람이 있는 반면, 불평만 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선자가 되고 싶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며, 주변 사람들에게서 배울 점들을 배우자. 겸손하되, 자신감을 잃지 말자.
무튼, 오늘 사촌동생과 연락이 닿으면서 정말 통화를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마트에 다녀온 후에 점심을 먹고 사촌 동생과 2시간 20분이나 통화를 했다. 나 참, 이렇게 오래 통화를 한 것은 또 오랜만인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뭔 얘기를 이렇게 오래 했느냐 생각해보면, 커피 얘기를 제일 많이 한 것 같다. 그리고 저녁에 밥 먹고 나서도 1시간 반 정도 했는데 그때는 태국 여행 얘기로 많이 한 것 같다. 두 전화 모두 동생이 먼저 걸어온 전화인데, 이렇게 길게 통화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오늘 뭐, 계획이 특별히 있었던 날도 아니고 해서 그렇게 큰 차질은 없었지만 그래도 너무 많이 통화에 시간을 쏟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든다. 할 말만 하고 끊은 게 아니라 거의 절반이 수다였을 거다. 그래도, 이렇게 마음 터 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척동생이 있다는 것은 매우 감사할 일이다. 친구는 마음 터 놓고 얘기할 수 있어도 친척동생과는 다르다. 어쨌든 친척동생과는 다른, 남이라는 느낌이 있고, 언제 멀어질지도 모르고, 그런 느낌이 없지는 않지 않나.
내가 스무 살이 되면서 느낀 거지만, 정말 친구들은 각자 갈 길 살아가면서 멀어지기 마련이다. 영원한 친구라는 건 내 생각에 그렇게 쉽게 존재할 수 없는 것 같다. 친한 친구는 살다 보면 계속 바뀐다. 그리고 그건 서운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게 어쩌면 더 나은 일일지도 모른다.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면서 내가 배울 수 있는 것들도 더 다양해질 테니까. 내 말은, 얕고 넓은 인간관계가 좋다는 것이 아니라, 친한 친구가 바뀌는 것에 너무 크게 상심하고 서운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기 마련이고, 사람들은 다 각자의 인생을 살아갈 의무가 있다.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의무고, 사람들은 다 각자의 아픔과 고통이 있기에 그것을 극복해낼 시간도 필요하다. 굳이 친구의 도움이 아니더라도, 혼자서라도 말이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면서 동시에 독립적인 존재기도 하다. 자신만의 시간이나 공간이 없으면 매우 불안해하기도, 줏대가 없어 잘 흔들리기도 하니까.
무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내가 느낀 것은, 이 동생이 지금 고3인데, 심리적으로 의지할 곳이 많이 없었다는 것을 느꼈고, 그래도 이렇게 사촌 언니로서 함께 얘기 나눌 수 있는 게 고마운 일이라는 것이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 다르고 생김새도, 성격도 모두 다르다. 사람마다 잘 맞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다.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 하나 없듯이, 똑같은 인생과 성격도 없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멋지고 나 다운 인생을 살 자격이 있고, 그럴 것이다. 솔직히 나 다움이라는 것을 찾아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그것은 남에게서 찾을 수 없는 것이고 오직 자신과의 대화에서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과의 대화가 없이 남들과의 대화만 오고 간다면 진정한 자신을 찾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나는 아직도 내가 확실히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며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는 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에 대해 고민한다. 매일이 내 맘 같지는 않더라도, 이 세상에 내 흔적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게 보인다. 펜데믹 동안 스스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음악도 만드니까.
하나 아쉬운 것은 체력이나 건강 관리다. 집에 있는 시간 동안 살이 너무 쪘고, 또 춤도 너무 오래 안 췄다. 춤을 다시 추면서 다시 건강한 체중을 만들고 싶고 근력도 키우고 싶다. 솔직히 건강한 몸이 내가 살아가는 삶의 질도 높여준다는 것을 아니까. 내일은 그래도 일어나서 스트레칭도 하고 운동도 좀 해야겠다. 홈트레이닝에 대해 관심을 더 가져보자. 내 취미를 하나 더 늘리듯이 말이다. 그래도 뭔가 이 시간을 생산적으로 써야지, 너무 시간만 축내면 분명 후회하고 말 테니까. 홈트레이닝이라는 취미라고 생각하니까 뭔가 접근성이 더 쉬워진다. 그래, 집에서 할 줄 아는 것들이 늘어나면 비용과 시간 모두 절약되고 자기 관리, 시간 관리 능력도 향상되는 거니까, 어쩌면 지금 이 시간이 내게 너무 고맙고 소중한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한번 긍정적으로 내 능력을 향상해보자.
위 사진은 언스플레시라는 사이트에서 태국을 쳐서 나온 사진이다. 코로나가 완전히 진정이 되면 사촌 동생과 태국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사촌동생은 그 여행에 매우 큰 기대를 안고 있다. 이 녀석이 고3인데 태국 여행에 대한 것만 찾아보는 것 같다. 뭐, 나야 공부만이 살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오히려 미래 시대에는 다양한 능력이 요구된다고 믿는 사람이기 때문에 동생이 공부를 안 하는 게 그렇게 이상하게 보이거나 하지는 않지만, 외삼촌이나 외숙모는 또 걱정이 되실 테니까. 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그 친구에게 맡겨야겠다. 그 친구 인생이니까 내가 왈가왈부할 건 아니지.
무튼, 요즘 고3들이 참 고생이 많은 것 같다. 이렇게 격동의 시기에 태어난 우리들도 참 고생이 많다. 그저 우리들의 등을 두드려주며 응원해주고 위로해주는 수밖에. 부디 고3들의 수능이 무사히 끝나기를 바라며, 오늘의 일기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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