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일상

베이비붐 세대의 자식 Z세대가 바라본 양성평등

온드ONde 2020. 5. 17. 14:45

 점심을 먹다가 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었는데, 너무 충격적이었다. 엄마는 결혼 때문에 대학 졸업을 포기했다고 한다. 5년 과정을 거의 마치고 졸업 시험만 보면 되는 거였는데, 왕할머니가 엄마가 결혼할 거면 공부를 뭐하러 하냐고 그만 때려치우라고 했다고 한다. 세상에나. 이게 1990년에 일어난 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솔직히 시대 차이라곤 하지만 당장 내 엄마 세대가 이렇게 부당한 차별을 겪었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 그리고 엄마는 알 수 없는 책임감이 생겨 아버지가 아프실 때, 남자 형제들은 돈을 내지도 않는데 대학 갈 돈을 병원비로 냈다고 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게 과연 왜 그렇게 된 걸까. 누군가에게 헌신해야 한다는 그 마음은 과연 어디서 나왔을까. 그리고 대학까지 나온 외삼촌들은 왜 돈을 내지 않았을까. 솔직히 2000년대 이후에 태어난 우리들에게는 너무 부당하고 차별적으로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런 시대에 살았으니 나 같은 우리 Z세대들을 볼 땐 참 여러 감정들이 들 것 같다. 부럽기도 하면서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면서 복합적인 감정이 들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경제적인 부담이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교육을 전보다 더 많이 받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공부를 더 많이 하다 보니,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거라고 생각한다. 여성들의 결혼으로 인한 경력단절은 내게 그렇게 멀리 있지 않았다. 엄마 친구들만 해도 결혼을 하고 나서 대기업을 퇴사하거나 하는 일이 그렇게 이상한 일이 되지 않으니까. 아, 바뀌어야 한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양성평등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단히 당연한 일이 되어야 한다. 성별은 자신이 선택해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보니 그 성별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선천적인 요소로 인한 차별과 혐오는 당연히 지양되어야 하는 것이 옳다. 

 

 언젠가 나도 아빠한테 차별적인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어느 날 아빠에게 '내가 만약 아들로 태어났으면 어땠을 거 같아?'라고 질문했었는데, 아빠의 대답은 '더 지원을 많이 해줘야지. 우리 집 기둥이니까.'였다. 내가 잘못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아빠는 그런 말을 하셨고 그게 왜 잘못된 건지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셨다.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아빠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아빠는 날 열심히 키워주셨고, 사랑해주시니까. 하지만 이런 생각은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대단히 가부장적인 생각이며, 나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아니 지금은 2020년이다. 제발, 시대에 맞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물론 아빠 입장에서 그게 쉽지 않은 것은 알고 있다. 아빠는 다른 세대를 살았고 머릿속 데이터 베이스가 나와는 다를 테니까. 하지만, 시대가 변하며 사람들은 변하고 생각도 변한다. 그 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개인이 변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집단이라고 다를까?

 

 여성과 남성은 지구 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성이다. 물론, 가끔가다가 여성과 남성이 아닌 간성인 사람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여성과 남성으로 나뉜다. 우리는 서로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화합해야 한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지금은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왜 이렇게 나뉘게 되었고 싸우게 되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남 탓으로 돌리는 것은 쉽지만 문제 해결에는 큰 힘이 될 수는 없다. (물론,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당연히 다른 이야기다. 범죄를 저지르면 벌을 받아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왜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며, 그들이 받은 차별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고, 또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해나가야 한다. 두 성별 모두 생물학적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에 나가서는 성별 하나 때문에 무엇을 하는데 제약이 생기거나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생물학적 힘이 필요한 군인이나 경찰 등의 직업종은 여성이 개인적으로 더 힘을 기르거나 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제도 면으로 조금 더 융통성 있게 만들던가. 현장에서 뛰는 것보다 지시를 내리고 관리하는 일을 맡을 수도 있는 것이다. 소수이기는 해도 생물학적 힘이 강하고 근육도 많고 체력적으로 충분한 여성도 분명히 존재하니까. 내 말은, 같은 능력을 가졌음에도 성별을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솔직히 한국이나 세계나 아직 먼 것 같은 것은 사실이다. 아주 긴 시간 동안 인간은 가부장적 세계 안에서 자라왔고, 그것이 맞다고 믿어왔다. 양성평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그리 긴 역사는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조금씩이라도 우리는 바꿔나가야 한다. 서로 부담을 갖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나도 아직 더 알아가야 하고 공부해봐야 한다. 그저 누구를 혐오하거나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이고 그것이 왜 생겼는가 조금 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양성평등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궁리해야 한다. 양성평등은 이제 우리 세대가 짊어진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성과 남성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우리가 모두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책임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세대가 바뀜으로써 생활양식도 바뀌어나갈 것이고, 우리는 또 그에 맞는 우리만의 생활양식과 방법을 만들어 갈 것이다.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내고 싶다.